서울 아파트값이 86주 연속 올랐습니다. 2020~2022년의 85주 기록을 넘어선 역대 최장 상승입니다. 그런데 지난번 최장 기록은 기준금리가 오르던 2022년 1월에 끝났고, 지금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 이번 상승은 지난번보다 두 배 빨랐고, 주인공도 다릅니다. 강남은 내리고, 노원·도봉 같은 강북 중저가가 서울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 그 주인공이 금리에 가장 약합니다. 강북 매수자는 점점 더 대출에 기대고, 강남 매수자는 주식을 팔아 집을 삽니다. 금리 인상의 충격은 강북에 먼저 옵니다.
- ‘86주’라는 숫자보다 속도와 심리를 봐야 합니다. 당장 꺾일 가능성은 낮지만, 10월 22일 금통위(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 랠리의 다음 방향을 정할 첫 관문입니다.
① 지난번보다 두 배 빨랐고, 주인공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최장 랠리’라도 두 번의 상승은 전혀 다른 시장입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이번 86주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17.60% 올랐습니다. 85주 동안 7.71% 오른 지난번의 두 배가 넘습니다. 기준금리가 0.5%였던 때보다, 3%인 지금 더 빨리 오른 셈입니다.
더 큰 차이는 ‘누가 끌었느냐’입니다. 지난번에는 강남권이 앞장섰습니다. 이번에는 강남구가 7주 연속 내리는 동안 강북·외곽 중저가가 서울 평균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 항목 | 지난번 최장 상승 (2020.6~2022.1, 85주) |
이번 최장 상승 (2025.2~현재, 86주) |
|---|---|---|
| 누적 상승률 | 7.71% | 17.60% |
| 기준금리 흐름 | 0.5%에서 2021년 8월부터 올려 2022년 1월 1.25% | 2026년 7·8월 연속 인상해 현재 3.0% |
| 상승을 이끈 곳 | 강남권 중심 | 노원·도봉 등 외곽 중저가 (강남구는 7주 연속 하락) |
| 매수심리 최고치 (매매수급지수) |
2021년 8월 127.5 | 2026년 8월 114.4 (5년 만의 최고) |
| 최근 주간 상승률 | 끝나기 직전 2022년 1월 첫째 주 0.02% | 9월 넷째 주 0.09% (5주 연속 축소) |
* 자료: 한국부동산원(머니투데이·SBS Biz·서울신문·노컷뉴스 보도 종합), 한국은행. 매매수급지수는 100보다 크면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② 랠리를 끄는 엔진이 금리에 가장 약합니다
이번 랠리의 가장 큰 약점은 가격이 아니라 ‘돈의 출처’입니다.
서울신문이 정리한 자금조달계획서(집을 살 때 돈을 어디서 마련했는지 내는 서류) 자료를 보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노원구 매수자의 대출 비중은 30%에서 38.2%로 올랐습니다. 반대로 강남구는 20.9%에서 9.3%로 뚝 떨어졌습니다.
강남 매수자들은 대출 대신 주식·채권을 팔아 집을 샀습니다. 강남구에서 금융자산 매각 대금 비중은 5.5%에서 14.8%로 늘었습니다. 금리가 올라도 버틸 수 있는 돈과, 금리가 오르면 바로 이자가 늘어나는 돈이 서울 안에서 갈라진 것입니다.
| 지표 | 고가·강남권 | 중저가·강북권 |
|---|---|---|
| 올해 상승률 (1월~9월 넷째 주) |
동남권 2.81% | 동북권 10.65% |
| 가격대별 평균가 (9월, 연초 대비) |
상위 20% 34억 7,456만원 (+0.25%) | 하위 20% 5억 5,291만원 (+10.4%) |
| 8월 매매수급지수 | 동남권 102.6 | 동북권 121.2 |
| 집 살 때 대출 비중 | 강남구 20.9% → 9.3% | 노원구 30% → 38.2% |
* 자료: KB부동산·한국부동산원·국토교통부(서울신문 9월 24일·10월 5일 보도). 상위·하위 20% 가격 차이(5분위 배율)는 1월 6.92배에서 9월 6.28배로 8개월 연속 줄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서울 집값 격차가 줄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를 ‘위험이 강북으로 옮겨 갔다’는 신호로 읽습니다. 대출로 산 집이 많은 곳일수록 금리가 한 번만 올라도 사려는 사람이 빠르게 줄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생애 첫 집을 사는 사람들이 금리가 고정된 정책 대출을 많이 쓴다고 봅니다. 이 경우 기준금리가 올라도 이미 산 사람의 이자는 크게 늘지 않습니다. 다만 ‘새로 사려는 사람’의 한도와 이자는 달라지므로, 가격을 밀어 올리는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입니다.
③ ‘86주’보다 속도와 심리를 보십시오
필자의 판단은 ‘연말까지 급락은 없지만, 상승의 끝은 보이기 시작했다’입니다.
먼저 ‘연속 상승 주수’라는 숫자의 한계를 알아 두셔야 합니다. 이 숫자는 한 주에 0.01%만 올라도 ‘상승 1주’로 셉니다. 지난번 85주 기록도 마지막엔 주간 0.02% 수준으로 사실상 멈춘 상태였습니다. 기록이 몇 주까지 이어지느냐보다, 오르는 속도가 줄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또 하나, 지난번엔 심리가 가격보다 먼저 꺾였습니다. 매수심리는 2021년 8월에 정점을 찍었고, 가격 상승은 다섯 달 뒤인 2022년 1월에 멈췄습니다. 그 뒤 서울은 34주 연속 내렸고, 12월엔 주간 −0.74%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격보다 수급지수가 꺾이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2022년이 그대로 반복된다고 보진 않습니다. 당시는 금리가 1년 반 새 크게 뛰었습니다. 이번엔 금통위원들이 6개월 뒤 금리를 3.25% 안팎으로 보는 ‘완만한 경로’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5인도 모두 연말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반면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금리는 자산시장의 중력”이라며 주춤할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 시나리오 | 이렇게 되면 | 서울 집값 방향 |
|---|---|---|
| 연착륙 (필자 판단) | 10·11월 중 한 번 인상하고 3.25%에서 멈춤 | 상승폭이 계속 줄며 보합권. 강북은 완만한 상승, 강남은 약보합 |
| 재가속 | 금리 동결, 전세난과 입주 감소가 겹침 | 외곽 중저가 중심으로 상승폭 다시 확대 |
| 2022년형 조정 | 10·11월 연속 인상으로 연말 3.5%, 대출 규제 추가 | 대출 의존도 높은 강북 중저가부터 거래 급감, 하락 전환 |
* 시나리오는 필자 판단. 금통위 일정(10월 22일·11월 26일)과 금리 전망은 한국은행 발표(서울신문·뉴스핌 보도) 기준.
그래서 투자자가 챙길 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10월 22일 금통위입니다. 동결이면 연착륙 쪽에 무게가 실리고, 인상에 “추가 인상” 신호까지 붙으면 2022년형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둘째, 강북 매매수급지수입니다. 동북권 수치가 100 쪽으로 빠르게 내려오면, 가격은 아직 오르더라도 고점이 가깝다는 신호입니다.
셋째, 내 집의 ‘자금 구조’입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대출 비중이 높은 동네는 금리에 더 크게 흔들립니다. 변동금리로 한도를 꽉 채워 강북 신고가를 따라가는 매수는 지금 가장 피해야 할 선택입니다.
기록은 숫자로 남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건 돈의 흐름입니다. 이번 랠리는 금리에 가장 민감한 돈이 끌고 왔고, 그 돈의 값이 지금 오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