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가 3주째 내리는 사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수원 영통구였습니다. 한국부동산원 9월 셋째 주(21일 기준) 조사에서 한 주 만에 1.09% 올랐습니다. 서울 평균(0.13%)의 8배가 넘습니다.
- 영통을 달군 건 금리가 아니라 ‘대출 한도’입니다. 은행 문이 좁아진 시장에서, 은행 규제 밖에 있는 삼성전자 사내대출 5억원이 9월부터 풀렸습니다.
- 사내대출의 조건이 돈이 갈 곳을 정해 줬습니다. ‘수도권·85㎡ 이하·25억원 이하’라는 조건은 반도체 사업장 근처 국민평형 아파트를 정확히 가리킵니다.
-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지금 따라 사는 건 불리합니다. 이 상승은 특정 회사의 복지제도 한 가지에 크게 기대고 있고, 그 제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① 영통을 달군 건 금리가 아니라 ‘한도’입니다
지금 수도권 집값을 가르는 건 “얼마에 빌리느냐”가 아니라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느냐”입니다.
KB국민은행 김효선 수석전문위원도 추석 직전 같은 진단을 내놨습니다. “이자를 얼마나 내느냐보다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영통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되면서 무주택자도 집값의 40%까지만 은행에서 빌릴 수 있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삼성전자의 주거안정 대출입니다. 9월 1일부터 무주택 임직원에게 연 1.5%로 최대 5억원을 빌려줍니다. 핵심은 이 돈이 은행 대출 심사에서 ‘없는 빚’으로 취급된다는 점입니다. 소득 대비 대출을 묶는 규제(DSR, 1년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칙)에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숫자가 바로 반응했습니다. 영통의 주간 상승률은 전주 0.61%에서 1.09%로 뛰었고, 삼성 사업장과 가까운 경기 남부가 상위권을 휩쓸었습니다. 힐스테이트영통 84㎡는 7월 12억 6,000만원에서 9월 14일 15억 4,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두 달 만에 2억 8,000만원, 약 22%가 오른 셈입니다.
| 지역 | 주간 매매가 변동률 (9월 21일 기준) |
한 줄 해석 |
|---|---|---|
| 수원 영통구 | +1.09% (전국 1위) | 삼성전자 본사 인접, 규제지역 |
| 수원 권선구 | +0.66% | 영통에서 밀려난 수요가 옮겨 가는 곳 |
| 용인 기흥구 | +0.48% | 삼성 기흥·화성 사업장 출퇴근권 |
| 화성 동탄구 | +0.45% | 연초 이후 누적 18.39%로 이미 많이 오름 |
| 서울 평균 | +0.13% | 4주 연속 상승폭 둔화 |
| 강남구 | −0.42% | 3주 연속 하락 |
* 자료: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서울신문·서울경제·뉴스핌 보도 종합)
② 사내대출의 조건이 돈이 갈 곳을 정해 줬습니다
이번 상승이 ‘반도체 벨트 전체’가 아니라 영통 같은 특정 동네에 몰린 이유는 대출 조건표 안에 있습니다.
삼성은 사내대출이 투기에 쓰이지 않도록 문턱을 달았습니다. 본인과 배우자 모두 무주택이어야 하고, 수도권에서는 전용 85㎡ 이하·25억원 이하 집만 됩니다. 규제를 피하려는 장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회사 근처의 국민평형 아파트를 사라”는 안내문이 된 셈입니다.
여기에 3년 동안은 이자만 내는 구조가 붙습니다. 5억원을 연 1.5%로 빌리면 월 이자는 약 62만원입니다. 같은 돈을 은행 평균 금리(5월 신규 주담대 4.32%)로 빌렸다면 월 180만원이 넘습니다. 매달 110만원 넘는 차이가 집값을 조금 더 비싸게 불러도 되는 ‘여유’로 바뀝니다.
| 항목 | 은행 주담대 (규제지역 무주택자) | 삼성전자 사내대출 |
|---|---|---|
| 금리 | 5월 신규 평균 연 4.32% | 연 1.5% |
| 한도 | 집값의 40%, 가격대별 상한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 | 매매 최대 5억원 (전세 3억원) |
| 소득 기준 규제(DSR) | 적용 (연소득의 40% 이내) | 적용 안 됨 |
| 상환 방식 | 상품별 상이 | 3년 거치 후 10년 분할 |
| 대상 주택 | 제한 없음 | 수도권 85㎡ 이하·25억원 이하 |
| 5억원 빌릴 때 월 이자 | 약 180만원 | 약 62만원 |
* 자료: 한국경제TV·인포스탁데일리·머니투데이 보도, 한국은행 5월 가중평균금리(MTN 보도). 월 이자는 단순 이자 기준 필자 계산.
시장이 흔히 놓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정부가 은행 대출을 조일수록 사내대출의 값어치는 오히려 커진다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올해 성과급으로 늘어난 소득을 대출 심사에서 3년 평균으로 깎아 반영하는 방식으로 조였습니다.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들수록, 규제 밖 5억원의 힘은 상대적으로 더 세집니다.
반대로 같은 반도체 벨트라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돈이 가지 않습니다. 삼성 대규모 사업장이 있는 평택은 동탄·영통이 급등하던 7월 초에도 주간 −0.11%로 내렸습니다. 회사가 가깝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서울 접근성과 이미 갖춰진 생활 인프라가 함께 있어야 수요가 몰린다는 뜻입니다.
③ 오름세는 이어지겠지만, 지금 따라 사는 건 불리합니다
필자의 판단은 ‘연말까지 방향은 위, 하지만 속도는 이미 과하다’입니다.
낙관론의 근거는 단단합니다. 사내대출은 2035년 말까지 운영되는 제도라 수요가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에서도 사내대출 한도를 1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려 달라는 요구가 나왔습니다. 우리은행 함영진 랩장 말처럼 영통은 교통·산업·생활 인프라가 이미 자리 잡은 실거주 지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중론도 가볍지 않습니다. 영통은 연초 이후 이미 14.26% 올랐고, 7월에도 한 주 1.19% 급등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상승을 떠받치는 돈이 ‘한 회사의 복지 규정’이라는 점이 가장 큰 약점입니다. 금융감독원장은 이미 사내대출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했고, 금융위원회는 7월 가이드라인을 냈습니다. 지금은 강제력 없는 권고지만, 과열이 계속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 시나리오 | 이렇게 되면 | 영통 집값 방향 |
|---|---|---|
| 확산 | SK하이닉스 등 다른 대기업도 5억원급 사내대출 도입, 당국은 권고 수준 유지 | 강한 상승 지속, 기흥·권선·동탄으로 확산 |
| 기본 (필자 판단) | 제도는 유지되지만 급등 피로감과 거래 감소로 상승폭이 차츰 줄어듦 | 완만한 상승, 주간 상승률 둔화 |
| 급랭 | 사내대출을 DSR에 포함하는 규제 도입, 또는 반도체 업황 꺾임으로 성과급 기대 후퇴 | 상승 멈춤, 최근 신고가 단지부터 조정 |
그래서 투자자가 챙길 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주간 상승률이 꺾이는 시점입니다. 1%대 상승이 두세 주 안에 0.3~0.5%대로 내려오면 ‘대출 효과’가 가격에 거의 다 반영됐다는 신호로 읽어야 합니다.
둘째, 사내대출 규제 뉴스입니다. ‘사내대출 DSR 포함’ 같은 한 줄이 이 시장의 가장 큰 위험입니다. 반대로 다른 대기업의 비슷한 제도 도입 소식은 상승을 넓히는 재료가 됩니다.
셋째, 조건 밖 매물은 따로 봐야 합니다. 85㎡를 넘거나 25억원을 넘는 집은 이번 돈의 흐름과 상관이 없습니다. 같은 동네라도 같은 속도로 오른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실수요자라면 신고가를 따라가기보다 급등이 식는 구간을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이번 상승은 동네의 체력보다 ‘누가 얼마를 빌릴 수 있느냐’라는 규칙에서 나왔고, 규칙은 생각보다 빨리 바뀝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