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지난주 5.39% 빠져 6,625.93에 마감했습니다.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을 냈는데도 말입니다. 증권가는 “코스피 PER(주가를 1년 뒤 예상 이익으로 나눈 값)이 5.26배로 역사적 저점”이라며 저가 매수를 권합니다.
- PER 5배는 주가가 싸서가 아니라, 반도체 이익이 너무 빨리 불어나서 생긴 숫자입니다. 코스피 이익의 4분의 3 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오니, 지수 PER은 사실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PER입니다.
- 메모리 업종에서 ‘가장 낮은 PER’은 오히려 정점의 경고였습니다. 그래서 봐야 할 것은 PER 숫자가 아니라 이익 전망이 계속 올라가느냐, 꺾이느냐입니다.
- 그동안 지수를 받쳐 주던 ‘자사주 방파제’도 이제 사라집니다. 이번 주 미국 물가(14일)와 외국인 매매 방향이 첫 시험대입니다.
① PER 5배는 ‘싼 주가’가 아니라 ‘불어난 이익’의 결과입니다
지금 코스피 PER을 보고 ‘시장 전체가 싸다’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이 숫자는 반도체 두 회사의 사정을 거의 그대로 비추는 거울입니다.
PER은 분수입니다. 분모인 이익이 갑자기 커지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PER은 뚝 떨어집니다. 지금이 딱 그 상황입니다.
BNK투자증권이 에프앤가이드 자료로 정리한 추정치를 보면, 코스피200 기업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분기 56%에서 4분기 77%까지 올라갑니다. 반도체 이익은 2.3배로 늘지만, 반도체를 뺀 나머지 이익은 오히려 분기마다 줄어듭니다.
| 2026년 | 반도체 영업이익 | 비반도체 영업이익 | 반도체 비중 |
|---|---|---|---|
| 1분기 (실적) | 94조8,000억원 | 74조5,000억원 | 56% |
| 2분기 (추정) | 154조5,000억원 | 69조5,000억원 | 69% |
| 3분기 (추정) | 205조4,000억원 | 68조3,000억원 | 75% |
| 4분기 (추정) | 220조5,000억원 | 64조3,000억원 | 77% |
* 자료: 파이낸셜뉴스(7/15), BNK투자증권·에프앤가이드 추정. 코스피200 기준.
지난주 하락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이투데이 집계로 코스피50은 6.19% 떨어졌지만, 코스피200 밖 종목들은 0.35%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시장 전체가 무너진 게 아니라, 반도체 중심 대형주의 몸값만 깎인 한 주였습니다.
② 메모리주에선 ‘가장 낮은 PER’이 정점의 경고였습니다
증권가에는 “반도체는 PER이 높을 때 사서 낮을 때 팔아라”는 오래된 말이 있습니다. 일반 상식과 정반대라 많은 개인 투자자가 여기서 틀립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메모리는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오는 산업입니다. 호황 끝물에 이익이 가장 크니, 그때 PER이 가장 낮게 찍힙니다. 시장은 ‘이 이익이 내년에도 나올까’를 의심하며 주가를 미리 덜 쳐줍니다.
골드만삭스는 9월 말 보고서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2년 뒤 이익 기준 PER이 약 4배로, 2012년 이후 가장 낮다고 짚었습니다. 지난 10여 년 중간값(8배)의 절반입니다. 과거엔 이 바닥을 지난 뒤 메모리 값 급락과 이익 급감이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일반 투자자가 놓치는 이면도 하나 있습니다. 한국경제 집계로 최근 석 달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낸 증권사 24곳 중 18곳이 PER이 아니라 PBR(주가를 회사 순자산으로 나눈 값)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PER 5배라 싸다’고 말하는 증권가조차, 정작 목표주가를 계산할 땐 지금 이익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쟁점 | “이번엔 다르다” (강세론) | “늘 하던 사이클” (신중론) |
|---|---|---|
| PER 해석 | 코스피 PER 5.26배는 역사적 저점권, 6배만 받아도 약 7,700 (대신증권) | 낮은 PER은 반도체 매수 신호로 볼 수 없다 (LS증권) |
| 수요의 성격 |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구조적 호황, 3~5년 장기 공급계약 확산 | 올해는 시장 규모가 아닌 ‘성장 속도’의 정점 (옴디아) |
| 이익 안정성 | 마이크론은 D램 물량 약 20%를 구속력 있는 고객 계약으로 확보 | 나머지 대부분은 여전히 가격이 출렁이는 범용 메모리 |
| 밸류 잣대 | SK증권 등은 PER로 평가, 메모리 호황이 기대보다 길 것 | 24곳 중 18곳이 PBR 사용, 현재 이익의 지속성 의심 |
* 자료: 파이낸셜뉴스·뉴시스(10/11), 뉴데일리(9/30, 골드만삭스), 한국경제(7/14), 헤럴드경제(옴디아) 보도 종합.
필자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AI 덕에 이번 호황이 과거보다 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수는 PER이 아니라 이익 전망의 ‘방향’에 반응합니다. 지수는 결국 ‘PER × 주당순이익’입니다. 그래서 이익 전망이 꺾이면 PER이 올라가도 지수는 오르지 못합니다.
| 시나리오 | PER 5.26배 유지 | PER 6배로 회복 |
|---|---|---|
| 이익 전망 그대로 (주당순이익 1,293.5) | 약 6,800 | 약 7,760 |
| 이익 전망 10% 하향 | 약 6,120 | 약 6,990 |
| 이익 전망 20% 하향 | 약 5,440 | 약 6,210 |
* 대신증권이 제시한 선행 주당순이익 1,293.5와 PER을 곱한 필자의 단순 계산으로, 전망치가 아닙니다.
표에서 보듯, 이익 전망이 20%만 깎여도 PER이 6배로 올라가는 ‘좋은 일’이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저PER 매수가 통하려면 이익 전망이 버텨 줘야 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붙습니다.
③ ‘자사주 방파제’가 걷히고, 외국인이 키를 쥡니다
지난 두 달 코스피 아래를 받쳐 준 건 실적이 아니라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었습니다. 그 손이 이제 빠집니다.
삼성전자(15조원)와 SK하이닉스(40조원)의 자사주 매입은 합쳐 55조원 규모입니다. 머니투데이 집계로 9월 한 달간 자사주 매입이 집계되는 ‘기타법인’이 31조4,000억원어치를 샀고, 같은 기간 외국인은 21조5,000억원어치를 팔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목표 물량을 채웠고, SK하이닉스도 이달 중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지난주에도 외국인은 약 6조3,000억원을 팔았고, 개인이 약 6조2,000억원을 받아냈습니다. 사는 쪽에 개인만 남는 셈입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iM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기간의 외국인 매도는 비중 조절 성격이었고, 매입이 끝나면 외국인이 다시 살 여건이 생긴다고 봤습니다. 결국 판가름은 아래 일정에서 납니다.
| 일정 | 좋은 신호 | 나쁜 신호 |
|---|---|---|
| 10/14 미국 9월 물가(CPI) | 예상보다 낮아 금리 부담 완화 | 예상보다 높아 추가 금리 인상 우려 재점화 |
| 10월 중순 SK하이닉스 자사주 종료 | 종료 후에도 외국인 순매수 전환 | 기타법인 빈자리에 외국인 매도만 남음 |
| 10월 마지막 주 SK하이닉스 실적·FOMC | 4분기 메모리 가격 상승 지속, 추가 주주환원 발표 | 가격 상승 둔화 언급, 이익 전망 하향 시작 |
| 매주 증권사 이익 전망 | 내년 이익 추정치 계속 상향 | 상향이 멈추거나 하향 전환 |
* 자료: 머니투데이(10/2), 아이뉴스24(9/20), SBS Biz(10/6), 파이낸셜뉴스(10/11) 보도 종합.
마무리: PER 말고 ‘이익 전망의 방향’을 보세요
“PER 5배, 역사적 저점”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다만 메모리 업종에선 그 숫자가 ‘바겐세일’과 ‘정점 경고’를 동시에 뜻할 수 있습니다. 둘을 가르는 건 PER이 아니라 이익 전망이 앞으로도 올라가느냐입니다.
그래서 지금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증권사의 내년 이익 추정치가 상향을 멈추는지 매주 확인하고, 자사주 매입 종료 뒤 외국인이 돌아오는지 보고, 반도체에 쏠린 비중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신규 매수라면 10월 말 SK하이닉스 실적에서 4분기 가격 전망을 확인한 뒤 나눠서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